새로운 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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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조업계 초일류 기업에서 퇴직후, 여행과 산행으로 약 1년 7개월간의 긴  휴가를 즐겼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현실은 숫자만을 의미하진 않았던것같다.

비슷한 또래의 동료들이 하나둘 직장을 떠났고, 정년보장이라는 사회적 구호가 기업까지 전달되기엔 거리가 멀어보이는 상황.

다행이도 아이들 두명 모두 직장을 구한 상태여서 쉽게 결정하고, 동서유럽, 터키, 중국, 일본, 베트남, 제주도 한달, 남미 53일간등

 여행과 산행을 즐기며 긴휴가를 보냈다.

1년 7개월간 재충전이 되었는지, 방전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직은 몇년 더 일할 나이임에는 분명해 보였다.

재취업의 문을 몇곳 두드렸었고, 한곳에선 한달간 일했는데

누군가 고목은 옮기면 죽는다라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준비부족 및 상대방에 대한 기대치가 다름을 확인하고 접었다.

이후부터는 신중하게 결정했다.  감당할수 있는 일인지를 가장먼서 고민하게 되었다.

구미지역 직장에서 콜이 왔는데....일단 접었다.  기대치를 떠나서 일 자체가 부담스러웠다.

또다시 연락이 왔는데,  28년간 해왔던 일과 많이 유사하다.

할수 있는 일이고,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OK했다. 

그리고 새로운 일터에서 휴가포함 4주,  약 한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곳에 올때 요구조건은 단 하나였다.   잠은 편하게 잘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었다.

직책이나 급여는 회사에 일임했다.  1년 7개월간 놀다보면 일이 하고싶어진다.

할수 있는 일이 있다는것.  그것도 역량을 발휘할수 있는 직장을 구한다는건 기쁨 그자체다.

이곳은 인원으로 보면 대기업군에 속해야 하는데,  매출로보면 중소기업이 맞다.

즉 대량생산 체제의 자동화 설비가 즐비한 대기업이 아니라,  사람의 손에 의지해야하는  다품종 소량생산 공장이다.

소규모 공장이 12개 정도 몰려있는 상황이라 보면 된다.

상장이 안된 회사이고,  오너가 크고작은 모든일을 결정하는 그런 구조를 갖고있다.

직원 구성은....중간층이 취약한 상태다.  이직률이 높다.  일한만큼 보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수 있고,

근무시간이 길기 때문일수 있다. 어쩌면 또다른 이유가 있을수도 있겠고....잘 모르겠지만,  현상황이 그렇다.

회의가 많고, 서류작업이 많다.

전자서류보다 종이 서류가 훨~ 많아보인다.

오너의 도전 정신이랄까,  새로운 일을 찾아서 추진하는 역량은 최고수준이지만,

잘못된 결정일때는 배가 산으로 갈수있는 구조다. 덕분에 새로운일이 항상 넘쳐흐른다.

새로운 일터의 상황이 raintree의 주말 시간을 예측 불가능하게 만든다.

방만하게 벌어져 있는 업무를 하나하나 매듭짓다보면,  주말시간이  예측가능하게 될거라는 희망을 갖어본다.

사람, 제품, 공정, 조직구성, 업무처리방식등 많은 부분이 어색하다.  적응이 되려면 앞으로 3~4개월 정도 더 시간이 필요해보인다.

업무영역은 구분되어있지만, 경계가 모호하다.  잘하는 사람에게 일이 몰리는 구조다

업무처리 우선순위는 고객만족이 먼저여야 하는데, 오너의 지시가 긴급 중요사항으로 처리되기도 한다.

    (어쩌면 오너의 고도로 계산된 관리방법일수 있다. 고객만족은 기본이고 + 오너의 지시사항이 추가되어 일이 항상 많다)

새로운 일터에 대해 나열하다보니 단점이 더많아 보인다.

업무R&R, 조직체계등 시스템으로 움직여지는 대기업과 비교하면 안된다.  중소기업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대기업을 선호하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하지만 raintree에게는 새로운 일터가 마음에 든다.

할수있는 일이 있고,  1~4년차의 한참 후배들에게 얕은 지식과 경험을 가르쳐줄수 있어서 좋다.

어느정도는 내 생각대로 그림을 그려볼수도 있다.

이곳이 안걸렸으면 자원봉사라도 나가려했다.

자원봉사보다 익숙한 일을 하면서 25억 이상을 은행에 맡겼을때의 이자수익 수준의 월급을 받는다.  리스크도 없다.

숙소도 나름 괜찮고, 하루세끼 밥도 준다...ㅎ

고목을 옮겨도 정성을 다하면 살수 있지않을까....?

직장은 소중한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