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의전략(펌)
자본의 전략 |
- 천즈우 지음 -
미국 예일대의 금융경제학 교수인 저자가 앞으로 중국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금융이 발전하여야 함을 여러가지로 밝히는 책이다. 책의 원제목 ‘The Logic of Finance’를 그대로 번역하면 ‘금융의 논리’임을 보아도 금융이 갖는 사회경제적인 면을 중국의 입장에서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1. 금융이란 무엇인가
저자가 예일대 경영대학원에 입학해서 전공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부딪힌 문제가 ‘금융’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하는 것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내린 금융의 정의는 금융이 시공간을 초월한 가치교환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화폐가 이에 해당한다. 화폐는 오늘의 가치를 저장해두었다가 내일이나 모레 혹은 미래의 어느 때 저장된 가치 중 일부를 사용해 다른 물건을 구매할 수 있게 한다. 또한 화폐는 지리적 한계를 뛰어넘는 가치교환이다. 갑의 동네에서 물건을 판 돈으로 을의 동네에 가서 갖고 싶은 물건을 살 수 있다. 화폐로 인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가치의 저장 및 이동이 가능한 것이다. 화폐의 이런 기능으로 무역과 상업의 발전에 일대 혁신을 일으켰다.
시간을 초월한 가치교환으로 대출거래가 있다. 당신이 은행에서 돈을 빌려 오늘 사용하면 이는 미래를 가불한 것이다. 1년이나 2년후 대출원금과 이자를 은행에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시간을 초월한 가치운용의 다른 예로 주식이 있다. 오늘 삼성전자 주식을 사면 당신은 오늘의 가치를 삼성전자와 시장에 위탁하고 이후 투자에 대한 수익을 얻게 될 것이다. 반대로 삼성전자는 오늘 당신이 투자한 돈을 사용하고 이후 수익을 되돌려 준다. 당신과 삼성전자간에 시간을 초월해 가치를 교환한 금융이 일어난 것이다.
여기서 가치는 어떻게 결정되는가. 어떤 물건이나 증권에 고유가치는 없고 상대가치만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가치는 인간의 효용 또는 주관적 행복이나 만족감 등을 높일 수 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즉 가치는 과거에 들인 비용이 아니라 미래의 수익이나 효용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금융거래는 가치에 대한 비용을 미리 지불하는 것이기 때문에 거래가 성공하기 위한 관건은 상호간의 신뢰이며, 신용과 거래의 안전이 거래 성공의 핵심이다.
2. 자본화
금융을 알기 위해 먼저 돈, 자본, 부의 속성을 토지를 들어 알아본다. 토지는 부이지만 반드시 자본이라고는 할 수 없고 돈은 아니다. 토지는 매매거래가 가능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돈이 아니며 자본으로 바꿀 수도 없다. 토지를 팔면 돈이 된다. 토지를 매각하지 않더라도 토지소유권이나 토지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증권으로 만들면 자본화가 되고 돈이 된다. 여기서 자본이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금융을 말한다.
다른 예로 미래 수입이 있다. 개인의 미래 수입은 부이다. 그러나 미래수입을 증권으로 현실화하지 않으면 느낄 수는 있지만 현재 쓸 수 없는 부이므로 자본이 아니다. 미래 수입을 증권화하여 유통시켜야 돈이 들어오고 자본도 될 수 있다. 이처럼 증권화는 죽어있는 부를 자본과 돈으로 바꾸어주는 금융의 기능을 갖는다.
한 국가에는 네가지의 부가 있다. 첫째, 토지와 자원, 둘째, 기업의 자산과 미래 수입원, 셋째, 개인 및 가정의 미래근로소득, 넷째, 정부의 미래 재정수입이다. 이런 자산과 미래수입원을 자본으로 전환할 수 있으려면 재산권에 대한 법적 계약제도와 자유로운 매매가 가능한 금융제도가 있어야 한다. 이런 자본화가 잘되면 죽어있는 부가 화폐화되고 사회에 돈이 더 많아지는 부가 부를 낳는 효과를 얻는다. 결국 나라가 번창해지는 것이다.
3. 영국과 미국의 금융시장, 그리고 국채
영국은 17세기에서 19세기 말까지 상품무역에 따른 금융업이 큰 발전을 이루었다. 영국 본토 인구가 적은 상황에서 산업혁명으로 많은 상품을 만들자 이를 팔기위해 해외시장을 개척하여 해외무역이 발달하고 이에 따른 보험과 은행업이 발전한 것이다.
또한 해군창설을 위해 영국정부가 대대적으로 국채를 발행해야 했으므로 채권시장이 발달했다. 그 당시 영국 증권 거래소의 거래되는 증권 중 채권이 90퍼센트를 넘은 것을 보아도 채권시장 중심의 금융시장이었음을 알 수 있다.
영국에서 독립한 미국의 초기 금융은 기본적으로 영국과 네델란드의 금융과 같이 은행, 보험, 채권시장 중심이었다. 미국은 기술발전과 함께 주식시장을 발전시켰다. 기술은 영국으로부터 방직기계기술을 가장 먼저 배웠다. 이후 교통운송기술, 즉 증기선과 철도기술, 전화회사, 전력기술 등의 발전과 함께 이들 벤처 회사의 금융을 도와주는 주식시장의 발달이 이어졌다.
미국이나 영국 등은 국채를 발행해서 나라를 발전시켰다. 국가가 지출한 항목의 투자수익률이 국채금리보다 높으면 국채를 발행해서 정부사업을 벌리는 것이 국가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영국의 경우 명예혁명 이후 평균 국채금리가 6.3퍼센트에서 4퍼센트 선으로 떨어져 동인도 회사 등을 경영하여 크게 발전할 수 있었다.
국가가 발전하기 위해서 정부는 투자수익률과 국채금리에 따라 경제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민간의 투자수익률이 높으면 세금을 거둘 것이 아니라 국채를 발행하고 민간 부문에서 높은 투자수익을 올리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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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전쟁에 대비되는 책이다. 중국 사람들에게 또 다른 관점에서 자본주의 금융시장에 대해 바라볼 수 있게 해준 책이라는 이야기도 얼핏 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두께가 살인적이다.
부채의 미학
의외로 두께에 비해 일관성있게 한 가지 이야기만을 해준 덕분에 책의 중심 생각에 도달하기 쉬웠다. 이 책은 금융 시스템이 제대로 정착된 사회라면, 신용이나 다양한 금융 계약을 통해 자유롭게 부채를 끌어쓸 수 있고, 이 덕분에 사람들이 겪게 되는 소득과 소비의 불균형을 효율적으로 해소해 줄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쉽게 웅진 코웨이를 떠올려 보면 된다. 만약 웅진 코웨이가 정수기를 한달에 몇 만원만 내고 빌려 쓸 수 있는 서비스를 고안하지 않았다면 우리나라에 지금처럼 정수기가 많이 보급될 수 있었을까? 한번에 100만원이면 100만원을 지불하고 내 집에 정수기를 사려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웅진 코웨이가 리스금융 방식으로 정수기 가격을 빌려주기 장기 분할 납부할 수 있게 해준 덕분에 사람들은 부담없이 정수기를 쓸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집도 그렇고 자동차도 그렇고 한참 필요한 시기에는 쓸 돈이 적다. 대신 나중에 은퇴할 무렵이 되면 저축한 것도 있고 투자한 것도 있어서 돈은 많은데 정작 그 시기에는 소비할 곳이 그렇게 많지 않다. 애들 한참 대학가야할 시기에 돈이 없는데, 나중에 다들 사회인이 되고 나서 학비가 있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래서, 저자는 중국이 서구 금융 시스템에 대해서, 특히 부채를 가지고 부리는 마술에 대해서
적극적인 태도로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정의 재해석
추상적으로,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것 말고 금융의 관점에서, 돈의 관점에서 가족관계를 바라본다면?
학창시절 한 교수님께서 왜 근대들어서 노인을 경시하는 풍조가 심해지는지에 대한 해석으로 '경제력'을 지목하셨었다. 과거 노인들은 장기간 단련된 노하우와 경험으로 경제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근래 들어서는 은퇴하고 난 이후의 사람들은 소비만 할뿐 경제력을 가지지 못하기에 경시하는 풍조가 만연했다는 이야기셨다. 안타깝기는 하지만 물질이 가치척도가 되는 세상이다보니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도 비슷한 관점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효에 대한, 가정에 대한 재해석이다. 사회적으로 금융 시스템이 정착되지 못해서 노후 연금을 가입할 수 없으니 대신 자녀들에게 어린시절부터 투자를 하고 나중에 부모를 모셔야 한다는 세뇌 교육을 통해 노후를 보장받는 것이 효라는. 가정도 신용 대출이 없는 사회에서 담보없이 신용만으로 돈을 빌릴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에 가족 관계가 형성된다는 것.
좀 너무 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으면서도, 완전 틀린이야기라는 말도 못할 것 같다.
중용
과하지 않다면, 책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금융 시스템 정착으로 인해 자유롭게 미래의 소득을 현재로 당겨와 소비하고 미래에 발생할 위험을 위해 현재의 소비력을 일부 포기하는 것은 자본의 효율성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그러지 않았을때 발생하는 부작용이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것.
이번 금융위기가 발생한 것을 두고 지난 10여년간 미국인들이 앞으로 은퇴할때까지 벌어들일 수익을 모두 현재에 당겨서 써버리는 바람에 더 당겨올 수익이 없어서, 유동성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금융위기가 발생했다는 의견을 봤었던 것 같다. 그 방식대로 금융위기 해결책을 찾자면, 미국인들이 사망이후에도 얻을 수 있는 수익, 생명을 담보로한 소득까지 당겨오면 넘어갈 수 있다는 이야기도 봤던 것 같은데..
하기사, 현재의 사회 시스템 자체가 끊임없이 경쟁하고, 증가하고, 확장하지 않으면 쓰러지는터라(자전거 타기처럼..) 중용을 유지하는게 큰 도움이 될런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어떻게?
책을 읽고 저자의 기본적인 생각은 잡은 것 같은데, 내 것으로 소화하지 못한 것 같아 많이 아쉬움이 남는 책이다. 정치와 경제, 법 등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의 구조, 시스템에 대해서 좀더 깊이 있는 이해를 해보고 싶다. 표면적으로 들어나는 경제 시스템이나 정치판 이야기로는 매번 뭔가 허전한 느낌을 지울수없다. 마치 일이 터지고 나서야, 현상이 벌어지고 나서야 거기에 맞춰 이야기를 지어내는 이야기 오류처럼 허상을 보는 듯한 생각이 든다. 이 책도 그런 깊이 있는 이해가 있었다면 나만의 대안을 만들어낼 수 있었을텐데, 그저 저자의 생각을 따라가는데 급급했었던 것 같아 많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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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후 중국 금융위기 가능성, 민주적 개혁 못하면 혼란”
“중국에서 자란 나는 항상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국가’라는 말을 들으며 성장했다. 그러다 미국 유학생활을 하고, 20년 넘게 미국에서 가르치면서 세계 곳곳에서 온 사람들을 만났다. 그런데 그들도 모두 자기 나라가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나라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혼란스러웠다. 내가 틀린 걸까, 아니면 그들이 틀린 걸까.”
중국의 최대 포털 시나닷컴(sina.com)의 마이크로블로그에 최근 천즈우(陳志武·49·사진) 예일대 경영대학원 종신교수(금융경제학)가 중국어로 올린 단상이다. 금융 전문가이지만 그의 생각들은 ‘문명관찰적’이다. 그는 ‘금융의 핵심은 시공간을 초월한 가치 교환’이라고 갈파하면서 유교의 효(孝) 윤리조차 세대 간 금융 거래의 일종으로 해석한다.
그가 쓴 자본의 전략(작은 사진)을 보면 미국 학자보다 더 미국적인 시각을 감지하게 된다. 이 책은 지난해 8월 출간돼 쑹훙빙(宋鴻兵·42)이 쓴 화폐전쟁을 제치고 그해 경제·경영 분야의 최고 베스트셀러 자리에 올랐다. 재미(在美) 중국인 학자의 시각으로 본 중국 경제의 현실과 미래는 어떨까. 중국 경제가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로 올라서면서 위안(元)화의 기축통화 가능성이 거론되는 요즘, 그는 그럴 가능성을 일축했다. 인터뷰는 두 번에 걸쳐 국제전화로 2시간15분 동안 이뤄졌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2조5000억 달러에 이르고 있다. 화폐전쟁의 저자 쑹훙빙은
“내년에 미국이 제 2금융위기를 조장할 것”이라며 달러화 보유 비중을 낮추는 대신
금과 유로화 보유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선 쑹홍빈이라는 사람을 우리가 굳이 인용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그는 경제에 대해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사람이 아니다. 평범한 상식의 수준에서 보면 달러화 비중을 낮추는 게 맞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현실은 훨씬 더 복잡하게 움직인다. 미국 금융시장이 전 세계에서 가장 크기 때문에 나는 중국이 달러화 중심의 외환보유 정책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지 않는다. 예컨대 중국이 외환보유액의 일부를 아프리카·남미에 투자한다고 가정해 보자. 어떤 일이 생길까. 그 정도의 돈이면 해당 국가의 정치에까지 영향을 주는 규모다. 각국 정부는 중국에 불만을 터뜨릴 것이다. 중국이 투자한 자산가치를 유지하고 부를 증대시킬 수 있는 시장은 미국과 유로존밖에 없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좀 더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중국이 수출 주도형 경제를 내수 주도형으로 바꾸는 것이다.”
-그렇지만 쑹훙빙이 쓴 책은 중국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대다수 중국인은 아직 금융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른다. 그럴 때 사람들은 ‘음로론’에 빠진다. 옛날에 지진이나 천재지변이 발생하면 ‘하늘의 벌’이라고 해석했던 것과 비슷하다. 중국에서 본격적인 금융시장은 1990년 이후 생긴 것이다. 쑹은 사람들에게 궁금증을 해결하는 한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책은 금융에 관해 썼지만 실제 투자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 마약 같은 음모론으로 독자들에게 만족감을 제공했다.”
-당신은 중국의 소비자 금융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36%에 불과한 반면 미국은 71%라고 말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내수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금융위기 이후 중국 정부는 내수를 촉진해 왔다. 하지만 좀 더 근본적인 체질 변화가 필요하다. 예를 들자면 세금 정책도 변해야 한다. 중국은 세금이 너무 과하다. 세금 증가 속도가 GDP 증가 속도의 세 배나 된다. 그것은 국부 중에서 많은 부분이 각종 정부기관에 쌓이고 있다는 뜻이다. 국가가 토지를 독점하고 있는 구조 속에서 말이다. 정부에 대한 견제와 균형을 통해 돈이 민간 기업과 개인에게 흘러가야 한다. 그렇게 되면 중국의 소비자 금융 규모는 GDP의 50%를 넘을 수 있다. 다른 나라들에 견줘 지금은 너무 낮은 수준이다.”
-중국의 금융시장 개방은 아직 개도국 수준에도 못 미친다.
중국 지도부가 막대한 외환보유액에도 불구하고 개방을 꺼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중국 지도부는 금융시장이 개방될 경우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 하지만 무슨 일이든지 처음이 있다. 두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금융시장을 개방하는 게 건강한 일이라고 본다.”
-맥도날드 햄버거는 지난달 다국적기업으로선 처음으로 위안화 표시 채권을 홍콩에서 발행했다.
위안화는 미 달러화를 대신할 기축통화가 될 수 있는가.
“무역대금을 결제하는 통화로는 사용 가능할지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그런 일이 일어날 것으로 보지 않는다.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로 중국 내부의 금융시장이 미국만큼 잘 발달해야 하고 규모가 커져야 한다. 투자가들이 위안화로 금융 거래를 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돼야 한다. 그러려면 중국의 주식·채권시장, 뮤추얼펀드, 헤지펀드 등과 같은 모든 종류의 금융상품 거래시장이 발전돼야 한다. 또한 위안화가 (다른 통화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외국 정부와 투자가들이 자산을 위안화로 보유하려 할것이다.그러기위해선 시간이 아주 많이 필요하다. 둘째로 중국은 미국처럼 수입위주의 경제구조를가지고 위안화를 많이 발행해야 한다. 하지만 중국은 인구가 많고 임금이 싸다. 그러니 수입보다 수출을 많이 하려 한다. 수입을 확대하려면 수입품 가격이 중국산 제품보다 싸야 하는데, 이는 중국의 개인소득이 미·일과 비슷한 수준에 도달할 때나 가능한 얘기다.”
-중국이 30여 년간 추진해 온 경제성장 모델, 즉 투자·수출로 고도성장을 꾀하는 모델이 한계에 부닥쳤다.
당신은 금융 혁신을 통해 내수를 촉진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그러나 중국의 일부 경제학자는 ‘중국식 발전 모델’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나는 ‘베이징 컨센서스’란 용어가 조금 과장돼 유행하고 있다고 본다. 정부 주도형 발전 모델이 자유시장주의보다 더 좋은 시스템이라는 주장인데, 그것의 성공 여부를 평가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중국은 여전히 취약한 사회다. 중국이 30년간 고도성장을 이루고 금융위기에서 별다른 피해 없이 빨리 회복한 것과도 연관 있다. 이것은 오해다. 결과는 좀 더 두고 봐야 한다. 그러나 지난 세기의 경험은 자유시장주의 경제가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당신은 중국을 ‘부자 국가, 가난한 국민’의 사례로 들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국유 기업들은 약진하고 민간 기업은 쇠퇴하는 현상을 어떻게 보는가.
중국이 국가 주도의 자본주의의 길을 걷는다고 보는가.
“역사상 국가 주도의 자본주의를 오랫동안 시행하면서 매우 부유한 국가는 없었다. 중국의 경우도 오랫동안 지속 가능하지 않은 모델이다.”
-역사상 존재하지 않은 모델이라고 해서 성공하지 말라는 법이 있는가.
“많이 듣는 얘기다. 중국이 지난 30년간 이룩한 경제 발전도 ‘전례가 없는’ 경우다. 국가 주도 자본주의는 인프라·중공업 건설과 해외 투자 유치를 선호한다. 동시에 개인 소비를 장려하지 않는다. 이것은 특정 국가의 경제 발전 초기 단계에서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하지만 중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내수 증가와 함께 수출·투자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 금융위기 이후 중국은 특히 인프라 건설과 해외 투자 유치에 공을 기울였다. 하지만 경제가 진화함에 따라 인프라 투자는 더 이상 큰 연관 효과를 낳지 않는다.”
-남유럽 금융위기는 과도한 복지 지출과 국가 채무 때문에 발생했다.
국가든 개인이든 빚을 내 투자하고 소비하다가 자칫 금융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커지지 않나.
“아마 그런 점에서 금융위기는 유용한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과연 ‘얼마만큼이 적당한가’를 가르쳐 주기 때문이다. 아시아 사람들은 특히 ‘벌지도 않은 미래 수입을 예상해 빚을 내 지금 소비한다’는 개념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것 같다. 그런 사고도 바꿀 필요가 있다.”
-한국도 국가 부채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잠재적인 채무(454조원, 약 3780억 달러)를 합쳐 국가 부채는 GDP의 76% 수준까지 올라갔는데.
“일본의 220%에 비하면 작은 규모다. 미국은 100%, 서유럽은 85∼90% 수준이다. 한국은 건강하다. GDP 규모가 계속 증가하면 부채 비율도 낮아질 것이다. 한국의 경우 미래 수익을 예상해 돈을 빌려 경제를 발전시키는 게 바람직한 정책이 될 수 있다. 이는 각국의 역사가 증명하는 것이다.”
-중국 경제는 언제까지 고속성장이 가능할까.
“개인적으로 5년 후쯤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본다. 그 이유는 중국이 실시한 온갖 종류의 경기부양책이 부실 대출과 과도한 건설 붐 등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9조6000억 위안, 올해 8조 위안을 투입한다. 이럴 때 일반적인 대출 상환기간은 5년 이상이다. 지금은 괜찮지만 5년 후 그 결과가 하나씩 표면화될 것이다. 먼저 주택거품이 터질 것이다. 어쩌면 이미 터졌는지 모른다. 그때가 되면 정부는 돈을 더 찍을 것이고 인플레를 유발할 것이다. 그러면 인민들의 실질자산과 구매력이 감소한다. 이것은 금융뿐 아니라 사회·정치적인 불안정으로 변질될 수 있다. 이런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민주적인 정치 개혁이 필요하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최근 선전을 방문해 정치 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했는데.
“원자바오는 지난 몇 년간 비슷한 발언을 많이 했다. 하지만 정말로 발생한 변화는 적다. 1년 전에도 그는 지식인·작가들이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2012년 중국에선 권력 이양이 있다. 곧 권력에서 내려올 지도자는 더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레임덕이다. 그들에게 너무 큰 기대를 하지 말라. 2012년 이전까지 대담한 정치 개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 천즈우 :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잇는 중국계 경제학자중 한명이다. 예일대 금융학박사(90년). 그는 금융현대화가
경제발전의 필수조건이라고 주장한다. 월스트리트와이어는 2006년에 그를 '가장 영향력잇는 중국 10대 경제학자'로 선정
한 바 있다.